[투잡스, 어떻게 할까?] 21세기 새로운 생존전략 투잡스!
보도일 2004-12-13
21세기 새로운 생존전략 투잡스!
‘수입’ 두 배 ‘기쁨’ 열 배

“인간은 누구나 생산물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방향으로 자본을 활용하려고 노력한다. 그는 공익을 증진하려고 의도하지 않으며 얼마나 증진하고 있는가를 알지도 못한다. 그는 단지 자신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행동할 뿐이다. 영리 추구라는 기름이 경제라는 톱니바퀴를 거의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잘 돌아가게 할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국부론(國富論)》으로 잘 알려진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한 말이다. 국가가 시장경제에 개입하지 말고 개인의 이익 추구에 맡겨둬야 한다는 자유방임주의. 애덤 스미스의 자유방임주의는 오늘날 ‘투잡스’에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다.

투잡스, 선택 아닌 필수
투잡스(Two Jobs)는 말 그대로 두 가지 일을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직업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일을 갖는 것이다. 최근 직장에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는 샐러리맨들이 점차 증가하면서 투잡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직장인은 물론 부업에 뛰어드는 가정주부들도 늘고 있는 추세. ‘투잡스 열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터넷 취업 사이트와 신문, 방송 등 여러 언론매체에서 실시한 투잡스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대상자의 약 90%가 ‘할 수 있다’고 응답, ‘반대한다’는 7%에 그쳤다. 설문 참가자의 상당수가 ‘직장 생활하면서 부업을 갖는 것도 능력’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이처럼 급속히 투잡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고용불안. 계속되는 구조조정과 ‘사오정(45세 정년)’이라는 말이 유행할 만큼 앞당겨진 정년으로 실직에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가시간을 활용해 부수입도 올리고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투잡스의 장점. 주 5일제 근무 확산과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도 투잡스족 증가의 원인이다. 주 5일제 근무 확산에 따른 투잡스족의 증가는 여가시간이 늘었다는 것보다는 레저와 문화생활 등 생활 수준 향상으로 소비지출이 늘었기 때문. 부업하는 주부들의 늘어난 주원인은 사교육비 부담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투잡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다.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투잡스에 반대하는 글을 보면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는 없다. 직장이면 직장, 사업이면 사업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회사 일에 피해를 안 주고 부업을 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거짓말이다’라고 주장한다. 이 글을 쓴 사람이 회사의 경영자인지 샐러리맨인지 알 수는 없지만 고용주 입장에서는 자기에게서 월급받는 직원이 부업을 하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다. ‘회사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한도’라는 전제 조건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경영자는 거의 없다.
투잡스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오너만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하 직원이 부업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질책하는 상사들도 있다. 투잡스를 희망하는 직장인들은 많지만 실행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한 인터넷 취업 사이트의 설문조사 결과 ‘투잡스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2년 사이 투잡스족들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면 진짜 투잡스가 아닌 파트 타임 아르바이트나 부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잡스는 단순 돈벌이가 아닌 또 하나의 직업
투잡스를 다른 말로 세컨드 잡, 멀티 잡, 듀얼 잡스라고 한다. 투잡스 하는 사람을 일컫는 투잡스족은 ‘이모작 인생’, ‘문어발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퇴근 후 밤에 일한다는 뜻으로 ‘문라이트 워크(moonlight work)’라는 표현을 쓴다. 직업이 있는 사람이 또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을 흔히 아르바이트라고 한다. 그러나 투잡스는 단순한 부업이나 아르바이트와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단지 돈을 버는 일거리가 아니라 직장인이 자신의 여가시간을 활용해 갖는 또 하나의 직업이다.
투잡스 전문가인 허시명 씨는 “투잡스족이라는 말은 신조어지만 투잡스족은 태초부터 있었다. 농사 지으면서 사냥했던 원시인도 투잡스족이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작가나 학자들 중에서도 투잡스족이 있었다.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과 그림, 기계공학에도 뛰어난 지식을 가진 과학자이기도 했다. 화가 미켈란젤로는 건축가이자 시인이었다. 전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아니라도 전문성을 가진 투잡스족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영어통시통역사인 배유정씨는 라디오 DJ, 방송인, 연극배우, CF 모델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시테크’로 잘 알려진 경영컨설턴트 윤은기 박사도 대학교수, 방송인, 작가로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다.
투잡스와 아르바이트, 부업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전문성 유무다.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이 전혀 없어도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것은 직업(투잡스)이 아니라 단순히 부수입을 올리는 일거리(아르바이트)인 것이다.

내 몸에 딱 맞는 투잡스를 골라라
투잡스를 희망하는 비율에 비해 실제 투잡스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투잡스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직장 내 분위기도 있지만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사람마다 주어진 환경과 지식, 자본, 시간, 취미, 인맥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감안해 또 하나의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시간이 많다면 출장요리사나 대리운전, 도배가 좋다. 어느 정도 종자돈이 있다면 유망 아이템을 골라 점포나 무점포 사업을 하는 것도 괜찮다. 경력이나 학력이 좋다면 헤드헌터, 겸임교수, 컨설턴트, 디제라티(지식전문 상담사)에 도전해볼 만하다. 공인중개사나 소비자전문상담사, 게임기획 전문가 등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기술자격증은 753가지. 여러 업종의 전문가들이 꼽은 ‘직장인이 따두면 좋은’ 자격증은 조리사, 전자상거래관리사, 제과제빵기능사, 웹마스터, 공인중개사, 표구기능사, 관광가이드, 주택관리사 등.
노후 대비나 투잡스를 위해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는 경제 활동으로 연결하는 활용 노하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힘들게 취득한 자격증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내세울 만한 경력이나 자본은 없지만 인맥이 풍부하다면 인터넷 쇼핑몰이나 보따리 무역, 네트워크 마케팅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취미를 투잡스로 연결시키는 것도 현명한 방법. 수영이나 스키 등 스포츠 강사나, 여행을 좋아하면 인터넷 여행사, 펜션, 여행 가이드도 괜찮은 투잡스 아이템이 될 수 있다.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그렇다면 언제 투잡스를 시작해야 할까? 정답은 ‘바로 지금’이다. 도전해볼 만한 아이템이 정해지면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차일피일 미루다보면 ‘마음만 투잡스족’에 머물고 말 것이다. 물론 투잡스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경영자들이나 직장 상사, 사회적 여건 등 쉽게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쉽지 않기에 투잡스는 더욱 가치 있고, 투잡스족은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평생직장의 개념은 사라지고 고용의 유연성이 늘어난다.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은 괜찮다 해도 앞으로 어떤 상황에 닥치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 따라서 하루라도 빨리 불안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할 수 있다면 투잡이 아니라 쓰리잡, 멀티잡까지도 해야 한다.
투잡스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식이 확산되면서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도 변화하고 있다. 투잡스를 하는 공무원들이 증가하면서 공무원의 겸업을 금지했던 법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수입이 월급의 30%를 넘지 않고 정상적인 직무수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공무원들의 부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속칭 ‘철밥통’이라고 할 정도로 평생고용이 보장되는 공무원들도 이러할진대, 고용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일반 직장인들이 투잡스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회사가 나를 책임져 줄 것이라고 믿는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면 경영주의 아들이거나 엄청난 착각 속에 살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회사는 언제든 나를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그렇다면 나 또한 언제든 회사를 떠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투잡스의 시작은 빠르면 빠를수록 유리하다.
투잡스는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새로운 생존전략이다.

글 오경석 기자

직장인 투잡스 준비 10계명
1. 자격증을 취득하라
2. 부지런히 정보를 수집하고 정리하라
3. 자금계획은 미리 세워야 한다
4. 무점포 또는 재택사업은 홍보와 마케팅 대책을 세워라
5. 체력관리를 철저히 하라
6. 가족의 동의와 지원은 필수적이다
7. 컴퓨터와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라
8. 시간관리가 아닌 분관리 요령을 터득해야 한다
9. 현재 투잡스를 하는 사람들과 늘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10. 항상 다음을 생각하고 계획해야 한다
- 뉴비즈니스연구소 김영문 소장